제목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개정 ‘압박’ 논란
조회수 891 등록일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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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4 15:50|(1126호)

서지영 기자 btn_sendmail.gif sjy27@aptn.co.kr

 

시·군·구 공문에 수리반려·감사 등 문구
관리현장, 그대로 따르라는 강제성 느껴



관리규약준칙, 참조용일 뿐
따르지 않아도 위법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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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군에 보내진 경기도 공문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경기도는 지난달 10일 개정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도내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은 개정 준칙을 참조해 이달 11일까지 관리규약을 개정한 후, 30일 이내에 시장·군수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각 아파트마다 관리규약 개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달 26일, 경기도에서 공동주택 관리규약 개정과 관련한 준수·유의사항 안내문을 공지하면서 공동주택 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경기도가 공지한 안내문에는 연체료율을 반드시 12% 이하로 정하고, 청소·경비 등 용역비 정산조항 도입을 거부하거나 변형해 왜곡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에 대해 제3기관(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이 제안한 내용 중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변형할 수 있도록 안내된 문구들을 반드시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기도 내 각 시·군·구는 경기도의 공문에 따라 관내 아파트들에 공문을 보내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의 틀 안에서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감사나 신고수리 거부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안내했다.



“경기도 공문 따른 것뿐”

 

본지가 입수한 평택시·안양시의 공문을 보면 ‘우리시는 관리규약이 신고 수리시 이를 면밀히 검토·확인할 예정이며, 각 공동주택단지에서는 경기도 준칙의 개정 취지와 다르게 관리규약을 제·개정해 입주자 등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감사 조례 제8조에 따라 경기도 공동주택 감사 대상에 해당되오니 관리규약 개정에 각별한 주의를 바란다’고 돼 있다.

 

또 용인시 처인구 공문에서는 ‘관리규약 개정신고시 경기도 준칙과 상이한 부분은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 제1항에 따른 행정조치(시정명령 등)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이 점 유의하여 관리규약 개정절차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처인구는 ‘현재까지 도 준칙을 자의적으로 변형해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까지 묻고 있어, 경기도에서 일선 단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임(경기도 관리규약 개정 관련 준수·유의사항 알림)‘의 안내문을 보내옴에 따라 각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장은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문화 정착을 위해 마련한 도 준칙의 틀 안에서 관리규약이 개정되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안내했다.

 

용인시 수지구는 ‘경기도의 요청에 따라 관리규약 개정 신고 수리시 개정 취지 등을 충실히 검토할 예정이오니 향후 보완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에 철저를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수원시는 관리규약 개정 관련 경기도 안내사항을 공지하며 ‘최근 경기도에서는 준칙과 상이하게 단지별 관리규약을 작성하지 말라는 공문이 계속 시행되고 있으니 동 사항을 참고해 관리규약 개정 업무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밝혀 경기도가 강제적으로 준칙을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기도 내 시·군·구 대부분이 서로 내용을 참고해 이와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며, 공문들에는 그 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홈페이지에서 경기도 준칙의 개정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회원들에게 관리규약 개정시 반영하도록 공지해 일선 단지에서 관리규약 제·개정에 따른 피해와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군·구의 이같은 공문에 관리현장에서는 “경기도 관리규약준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관리규약 신고 접수가 거부당할 수 있고,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협박으로 느껴진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안양시 A아파트 이 모 관리소장은 “관리규약준칙은 법이 아닌데 강압적으로 따르도록 하고 마치 말을 듣지 않으면 매를 맞게 한다는 식으로 억압을 하고 있어 기분이 나쁘다”며 “각 아파트 관리규약은 시 관리규약준칙을 토대로 하되, 각 단지사정에 따라 정할 필요가 있고 준칙의 100% 반영도 힘들어, 일단은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단지사정에 맞춰 수정한 것을 최종적으로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가 도내 지자체에 내린 공문에 공동주택 관리규약 개정 내용이 경기도 준칙과 다를 시 지도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신고수리시 보완 요구, 반려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를 따라 공문을 작성해 보낸 것일 뿐”이라며 “경기도에서 관리규약에 반영하도록 지적한 내용들을 관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따르지 않았을 때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 경기도 공문 내용을 무시한 채 이를 수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시 주택과 관계자는 “강제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경기도가 지자체에 보낸 공문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아파트 관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위치라 현장의 불만은 알고 있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담당자로서도 궁금한 사항”이라고 전해 일선의 업무 관계자들도 경기도의 행태에 의구심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경기도가 각 시·군·구에 보낸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에 따른 관리규약 개정 준수 및 유의사항 안내’ 공문에는 ‘일선 시·군은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문화 정착을 위해 마련한 도 준칙의 틀안에서 관리규약이 개정되도록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에 따른 지도·감독권 및 관리규약 개정신고 수리권을 행사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경기도가 공지한 ‘관리규약 개정 관련 준수·유의사항 안내’에는 ‘경기도 준칙과 달리 정하여 관리규약 개정신고 수리가 보완·반려되는 경우 추가비용 발생과 법적 책임은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음’이라는 말과 ‘어린이집 임대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감사 조례 제8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경기도 감사대상이 되는 점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해 임대료는 보육료 수입 5% 이내로 정해야 함(지자체장이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에 따른 지도·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함)’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런데 경기도 지자체에서는 경기도 공문에서 압박을 느끼고, 안내문 내용에서 ‘수리 보완·반려’, ‘공동주택관리 감사 조례에 따른 감사대상’,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지도·감독권’ 등 내용을 임의적으로 따와 경기도 준칙을 따르지 않을 시 수리반려되거나 감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공문을 써내, 일선 관리현장에서 강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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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아파트에 보내진 용인 수지구 공문


경기도, “강제한 것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1항에서는 각 시도지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2항을 보면 ‘입주자등은 제1항에 따른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하여 관리규약을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자체 관리규약준칙 보다 앞서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지자체의 관리규약준칙에 대해 ‘참조용’이라 못 박고 있는 것으로, 이에 따라 지자체 관리규약준칙은 전혀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판례(본지 제1125호 2016년 11월 7일자 게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위탁관리업체 B사가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관리규약준칙은 (구)주택법 제44조 제1항에 근거해 시·도지사가 공동주택관리규약 제정을 위한 준칙으로 정한 것으로서 공동주택의 입주민 등이 이를 참조해 자체적인 관리규약을 제정하도록 하는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므로,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 이를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경기도 공동주택과는 4일 한국경비협회 등의 민원방문에 관리규약 개정 관련 경기도 공문과 안내문 내용은 강제성이 없으며 도내 지자체에 지도·감독권과 수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안내했을 뿐 아파트들이 경기도 관리규약준칙에 따라 관리규약 개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리를 거부하거나 감사 등을 실시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지난달 10일 관리규약준칙 개정·시행을 알리며 공동주택 단지와 시·군,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등 전문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률자문관의 자문 등을 거쳐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해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을 개정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주관협 경기도회와 경비협회 등 전문기관, 공동주택 관리 관계자 다수가 현재 경기도와 의견을 달리 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경기도의 의중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것이 맞는 것인지, 그저 공동주택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와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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