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층아파트 화재 무방비
조회수 3,036 등록일 2006-11-07
내용
경기도 아파트서 화재 발생...소방장비 미확보로 일가 참변
소방서 없는 지자체 31.7%...화재 초기진화 대책 마련 시급

최근 고층아파트가 급증하고 있지만 소방서가 없는 지자체가 31.7%에 이르는 등 화재시 초기진화와 구조에 필요한 장비가 크게 부족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와 의정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4시 23분경 양주시 백석읍 K아파트 조모 씨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7층에서 뛰어 내려 조씨 부부와 생후 2개월된 딸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함께 떨어진 조씨의 어머니 한모 씨는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중태다.

이날 불이 나자 4시 35분경 인근 의정부파출소에서 소방차 3대가 도착해 진화에 나섰으나 에어매트나 사다리차가 없어 조씨 가족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후 4시 47분경 의정부소방서에서 고가사다리차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불길을 견디지 못하고 일가족 4명이 투신한 뒤였다.

이번 화재로 조씨 가족이 사상한 결정적 요인은 양주지역에 소방서가 없어 인근 의정부소방서에서 진화에 나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양주시에는 현재 398개동 2만9800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다 양주시 옥정·고읍지구에 3백20만평 규모의 신도시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해당지역에는 소방서가 없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화성시, 의왕시, 연천군, 가평군도 소방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경기도 내 5분 이내 소방차 출동률이 43%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제주도 제외)에서 소방서 168곳, 소방파출소 848곳, 구조대 189곳, 소방항공대 13곳을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소방서가 설치되지 않은 지자체가 73곳(31.7%)이나 된다.

소방서가 없는 이들 지자체에는 소방파출소나 파견소만 운영되고 있으며, 고가사다리차나 굴절사다리차, 구조대, 에어매트 등의 안전장비가 없어 인근 지자체의 소방서에서 이들 장비를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초기 진화의 중요한 시간인 5분 출동은 불가능해 이들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진화와 인명구조가 어려워 화재에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소방서가 없는 지자체에 소방서 신설이 요구되고 있지만, 소방서 신설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층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소방파출소 등에 고가사다리차, 에어매트 등의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소방장비와 인력도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문제이므로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소방시설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파트 관리주체는 입주민들이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소방시설 작동법 등 소방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소방시설의 안전점검 및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제2청은 경기북부지역 10개 시·군 가운데 소방서가 없는 양주, 가평, 연천지역 소방파출소에 3억원을 들여 에어매트 등 소방장비를 우선 지원하고, 내년 말까지 이들 지역을 포함한 4곳에 소방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아파트관리신문>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2006년 11월 06일 (65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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