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냉장고 내부 발화 추정 화재, 원인 불명확해도 냉장고 제조사가 아파트에 손해배상책임
조회수 898 등록일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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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4 10:26|(0호)

서지영 기자 btn_sendmail.gif sjy27@aptn.co.kr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세대 내 김치냉장고 뒤쪽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한 아파트 피해에 대해 법원이 냉장고 제조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서보민)은 최근 손해보험회사 A사가 냉장고 등 가전 제조회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B사는 원고 A사에 6055만1190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4년 11월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건물 및 부속 건물과 가재도구 화재 등 우연한 사고로 인해 아파트에 발생한 손해를 보상해주기로 하는 주택화재보험계약(1년)을 체결, 지난해 2월 C아파트 D세대에서 발생한 화재 손해에 대해 보험금 8650만1701원을 지급했다.

 

당시 화재는 D세대 주방에 놓여 있던 김치냉장고 뒤쪽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D세대 및 내부 가재도구가 전소되고 인접한 두 세대와 복도, 아파트 외벽에 그을음 및 소방수로 인한 침수 손해 등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냉장고 등에 대한 감식 결과 화재 원인에 대해, 냉장고 내부의 연소 유실된 부분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보험회사 A사는 “이 사건 화재와 피해는 피고 B사가 제조한 냉장고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으므로 B사는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냉장고의 제조·판매자로서 제조물책임법에 기해, 예비적으로는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 B사는 “이 사건 냉장고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고,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사건 화재가 냉장고의 전원 코드를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상태로 사용하고, 먼지와 습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사용자의 부주의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B사는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냉장고를 공급한 지 10년이 경과했으므로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채권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그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했는지, 발생한 손해가 그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소비자 측으로서는 그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등 그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됐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화재는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된 반면, 외부적인 발화 원인을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 냉장고는 세대 주방에서 사용돼 정상적으로 사용됐으므로, 이 사건 화재는 냉장고의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고 판단돼 피고 제조사 B사는 원고 보험사 A사에 원고의 구상권 범위 내에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냉장고의 전원 코드가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상태로 사용됐고, 냉장고 주변에 가재도구들이 있어 지속적인 청소가 이뤄지기 어려워 먼지 등이 많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냉장고가 정상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거나 위와 같은 추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돼 있고,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이와 같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을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됐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춰 보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화재 발생일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냉장고를 사용한 기간이 10년이 넘는 점, 가전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는 경우 전선피복상태가 나빠지거나 먼지가 쌓여 누전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과 손해분담에 관한 공평의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 제조사 B사의 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제조사 B사는 원고 보험사 A사에 6055만119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B사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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