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파트 변압기 고장, 제조사 손해배상 책임 없어
조회수 595 등록일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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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5 11:47|(1113호)

서지영 기자 btn_sendmail.gif sjy27@aptn.co.kr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변압기 고장으로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끊이지 않아 더욱 철저한 사전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저녁 8시 20분경 포항시 오천읍 A아파트에서는 단지 내부 변압기가 고장나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전으로 입주민 9명이 승강기에 갇혀 있다가 구조되고 840여 가구가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등도 켜지 못한 채 불편을 겪어야 했다. A아파트 관리주체는 변압기 복구 작업을 통해 약 3시간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같은 날 서울 강북구 번동의 주공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지하 배전반에 있던 변압기에서 불이나 1단지 1430여 세대가 정전됐다. 불은 10여 분만에 진화됐고, 다행히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않아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무더위 속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변압기 과부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이에 대한 아파트 관리주체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변압기가 고장나 정전이 오래 지속되면 입주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변압기 수리에 관한 보상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변압기가 고장 났을 때 책임여부를 가리는 분쟁도 적지 않은 가운데, 최근 아파트 변압기 손상사고와 관련, 아파트 변압기 설치 업체에게 변압기를 판매한 변압기 제조회사는 입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판사 이정우)은 대구시 수성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A아파트에 관한 단체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화재보험회사 B사가 변압기 등 중공업 기계제조 회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보험사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기계제조 회사 C사는 2007년 10월 A아파트 시공사의 변압기 설치 관련 하도급업체인 D사의 의뢰를 받고 A아파트에 설치될 변압기 등을 제조·판매했다. A아파트는 2009년 2월 완공됐고, 지난해 7월 C사가 제조한 변압기 1대가 손상되는 정전사고가 발생해, 보험사 B사는 단체종합보험계약에 의해 피보험자인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보험금 3299만9200원을 지급했다.

 

이에 B사는 “C사는 변압기 설치 하도급업체 D사와 함께 A아파트에 변압기를 설치 및 관리한 회사로서 완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보험사고가 발생하도록 했으므로, 상법 제682조에 의해 피보험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권리를 취득한 보험사 B사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C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거들에 의해 고장난 변압기의 권선 절연이 파괴돼 권선간 쇼트현상이 발생됐고, 이로 인해 변압기가 소손됐다는 기술소견이 제시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해당 변압기는 납품업체인 D사가 A아파트 시공사의 사전 승인을 받은 제작도면을 작성해 제조사인 피고 C사에 주문제작한 것이고, A아파트 시공사에 대한 변압기 설치 관련 납품 의무는 피고 제조회사 C사가 아닌 납품업체인 D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 보험사 B사가 권리를 취득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피고 C사 사이에는 해당 변압기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피고 C사 사이에 변압기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계약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C사가 제조한 변압기는 시공사 및 납품업체의 구체적인 제작도면에 기한 제작의뢰에 의한 것이고, A아파트의 입주시기가 상당기간 경과하기까지 피고 C사가 제조한 변압기가 별다른 하자 없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피고 C사에게 변압기 제조·납품상 의무불이행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보험사 B사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변압기는 대부분 10~20년 이상 된 변압기인 경우가 많다. 노후 변압기의 고장은 변압기 제조·설치 과정에서의 문제 보다는 시간이 지나 변화된 전기사용량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10~20년 전에는 전기사용량 기준이 낮아 변압기 용량이 적게 설계됐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세대마다 에어컨 등 냉방제품과 다양한 전기용품의 사용이 늘어가고 있어 여름철처럼 동시에 전기사용량이 몰리면 오래된 변압기가 이를 버티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리주체는 전기사용량을 자주 확인하며 사용량이 높아질 때 입주민들에게 절전할 것을 미리 알려 과부하에 따른 정전을 막고, 장기적인 사용을 위해 너무 오래된 변압기는 교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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