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파트 화재 사고와 골든타임(아파트관리신문)
조회수 953 등록일 2015-08-24
내용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원래 골든타임은 긴박한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초반의 중요한 시간을 말한다.

사람의 심장이 정지했을 때 심폐소생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지만, 최근에는 각종 항공기나 선박사고 또는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한 경우 인명구조를 위한 최소시간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즉,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사람에게는 최소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으면 생존율이 50%로 떨어지고 뇌손상이 발생하게 되며, 비행기 사고의 경우 불시착 시점으로부터 90초 내에 대형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게 되므로 90초 안에 항공기 내부를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골든타임의 법칙은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그와 관련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지난 2013년 1월 경기 용인시 소재 모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입주민의 방화에 의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전선로와 난방배관설비 등이 모두 불타고 주차된 차량 54대가 소손돼 약 25억원에 이르는 물적 피해가 발생했고, 여러 명의 입주민들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게 됐고, 이로 인해 관할 소방서는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대한 화재확대 책임을 물어 과태료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미작동 원인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조사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 관리 소홀의 책임을 인정할만한 수준의 조사결과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며 관할 소방서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경기도소방방재본부에서는 소방학과 교수와 기술사 등으로 민·관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2개월 동안 지하주차장 자동화재탐지설비 미작동의 원인 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합동조사반은 화재 당시 발화지점 상부를 지나는 통신선로와 전기선로가 함께 불타면서 소방설비 제어기능이 먹통이 된 점, 발화 당시 감지기 2대 중 1대가 건축물의 구조인 보로 인해 발화열이 차단됨에 따라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인정했다.

결국 관할 소방서는 이러한 민·관 합동조사반의 조사 결과를 수용해 관리소장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그 후 불에 탄 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에서 관리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차량 소유주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1심 법원은 관리회사가 아파트의 관리책임자로서 화재예방 및 연소확대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봐 전체 청구금액 중 약 60%에 해당하는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관리회사는 이에 항소를 제기했고, 다행히 항소심 법원에서는 민·관 합동조사반의 조사 결과 및 관할 소방서가 과태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근거로 관리회사에게 소방시설물의 유지 관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어 보험회사의 구상청구를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보통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주거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될 경우 그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큰 것이 일반적이고, 관리소장을 비롯한 관리직원들은 그러한 결과에 압도돼 사고 발생 이후 냉정하고 차분하게 사고를 수습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이 수십 대의 차량이 불에 타고 입주민들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의 정도가 엄청난 상황에서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관할 소방서의 과태료 처분에 대해 차분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이러한 이의 제기를 통해 기존 과태료 처분을 철회하게 한 점이 바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골든타임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만약 화재의 결과에 압도된 관리소장이 관할 소방서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때 ‘내가 재수가 없구나. 이 돈은 내고 안고 가야지’라고 포기하고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소방시설의 유지 관리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같게 되는 것이고, 결국 관리회사에 엄청난 손해배상금이 부과될 것이 아니었겠는가.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과 소속 회사의 대응은 백번 칭찬받아 마땅하며, 관리현장에 종사자들도 이번 사례를 통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크게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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