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사업 추진(한국아파트신문, 오민석 변호사)
조회수 1,401 등록일 2014-11-20
내용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부터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은 감정원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공개하는 개별 아파트의 관리비 현황과 시설관리, 에너지효율등급 등의 정보를 토대로 추가로 현지조사를 실시한 뒤 A(좋음), B(보통), C(미흡), D(심각) 등 4개 등급으로 관리등급을 매기는 것이라 한다. 인증 신청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입주민 5분의 1 이상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며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아파트 관리등급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급을 부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등급 인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관리비 공개대상 단지{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난방(지역난방 포함) 방식 공동주택, 주택이 15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 건축물)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유사단지 대비 관리비 수준 ▲관리사 선정 ▲계약관리 ▲입대의 운영 등 투명도 ▲주기별 시설물 하자보수 및 시설관리의 적정성 ▲냉·난방 등 에너지 소요량 등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 5월부터 제도 도입을 준비해왔고 현장조사에 필요한 회계사와 변호사, 평가사 등 전담인력도 확보된 상태라 한다. 감정원 측은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이 아파트 관리에 대한 종합건강검진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여러 공동주택 관리 관련 비리의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치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명 ‘김부선 난방비’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관리 관련 비리문제가 다시금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비리와 관련, 지자체의 지도·감독 소홀과 전담 신고 창구 미흡으로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적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직접 나서 공동주택 관리비리 및 부실감리신고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한 달간 9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또한 공동주택 관리비리가 일상화됐다는 지표로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세심히 살펴보면 신고된 96건 중 지자체에서 조사를 완료한 11건은 신고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관계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용두사미에 불과한 것이다.
감정원이 추진하는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사업도 이와 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감정원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사업은 아파트의 가치평가측면에 치중돼 운영될 가능성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이 서민들이 아파트를 거래할 시 적정가치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감정원이 가치평가적 요소가 아닌 공동주택의 공동체 활성화 정도, 낡은 아파트의 효율적인 관리기법, 관리에 있어서의 입주자 등의 참여도 등 여러 척도들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기간과 인·물적 체계를 갖췄는지도 걱정이다. 자칫하면 열악한 환경의 노후아파트 관리를 위해 애쓰는 입주자대표와 관리주체의 노고가 에너지 효율성이나 시설관리의 수월성을 갖춘 신규아파트의 높은 평가에 묻혀 폄하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인증사업의 성패는 결국 입주자 및 관리주체의 인증결과에 대한 승복여부에 달려 있는데, 인증사업의 법적·제도적 근거가 취약한 것도 문제다. 내가 기준을 정하고 평가했으니 너희들은 군말말고 따르라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정책은 일방적 평가와 줄세우기, 규제의 신설, 처벌엄포 등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상적인 공동주택 관리모델의 개발과 매뉴얼화, 우수관리사례의 발굴과 추천 및 전파, 취약 단지에 대한 지원 등 후견적 역할의 주가 돼야 하고 규제·평가·감독은 부수적 수단이 돼야 한다. 따라야 할 규제와 감독은 나날이 늘어가고, 평가와 줄세우기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면 어느 누가 봉사직인 입주자대표로 나설 것이며 어느 우수한 기업이 공동주택 관리사업에 뛰어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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